하늘씨앗향기!
*옥상, 봄을 옮겨 심다*
봄의 시작
아직 바람은 차갑지만
나는 오늘
흙의 자리를 바꾸었습니다.
상자 텃밭을 들어 옮기고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숨 쉬게
거리를 두었습니다.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이곳은 이미
보이지 않는 생명으로 가득합니다.
머지않아
상추가 먼저 말을 걸고
고추가 초록 손을 들고
이 작은 상자들이
하루하루 푸르게 숨을 쉬겠지요.
백일홍과 코스모스는
계절을 따라 웃을 것이고
가을이 오면
노란 국화가
이 옥상을 햇살로 채울 것입니다..
저쪽,
이제 막 눈을 뜬 사과나무는
작은 열매의 꿈을 품고 있고
오래 견뎌온 감나무는
올해
대봉의 무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사 온 앵두나무는
이미 꽃으로
자신의 대답을 시작했고
겨울 끝까지
기쁨을 건네던 장미는
다시 피어날 용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
나는 깨닫습니다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리를 내어주고
기다림을 심는 일이라는 것을
정리를 마친 옥상 위에
아직 꽃은 없지만
이미
봄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도
조용히
다시 피어나고 있습니다 (김옥성시 20260402)
+++
밝았습니다.
옥상텃밭에서
아직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흙의 자리를 옮기며
생명의 숨길을 넓혀 주는데
그 고요한 움직임 안에서
이미 부활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고,
아직 피지 않았지만
이미 생명은 응답하고 있습니다.
앵두꽃의 첫 인사도,
사과나무의 작은 손짓도,
꽃들의 웃음도
시간 속에서 드러날 뿐,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게 자라고 있습니다.
옥상의 나무들처럼
우리의 영혼도
겨울을 지나
다시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떠난 것과 남은 것 사이에서,
기다림과 희망 사이에서,
우리는 배웁니다.
부활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기적이 아니라
자리를 내어주고
기다림을 심는
조용한 순종의 열매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
비어 있는 듯한 이 자리 위에
이미 충만한 생명을 바라보며
고백합니다.
꽃이 없어도
이미 봄이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도
이미 부활은 시작되었다고.
이 옥상처럼
우리의 마음도
하느님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시 피어나고 있습니다.
부활을 준비하는 이 계절에
우리의 삶 또한
이처럼
생명의 자리로 옮겨지기를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