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에서 샘솟는 기도 4 (Lectio Divina)
이진권 목사 (총회영성수련원장)
- 기도 oratio
"만일 성서 본문이 기도하면 기도하시오, 만일 성서 본문이 신음하면 신음하시오. 만일 감사하면 감사하시오. 희망의 본문이라면 희망하시오.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면 두려워하시오. 왜냐하면 성서 본문에서 듣고 있는 것들은 여러분 자신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이제 읽기와 묵상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도가 솟아오른다. 성경 본문 속에 계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경험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성경과 함께 울고, 웃고, 신음하며, 경탄하고 감사하며 찬양한다. “살아 있고, 힘이 있어서, 사람 속을 꿰뜷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며, 마음에 품은 생각과 의도을 밝혀 내는”(히 4:12)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참회의 눈물과 결단의 기도를 드리게도 된다. 어떤 사람과 사건이 연상이 되어서,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중보의 기도로 연결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연약하고 죄 많은 자신(우리)에게 찾아 오시는 생명의 말씀, 주님의 은총 앞에 경외와 감사와 찬양의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주님을 더욱 깊이 알아감에 따라서, 더욱 주님을 깊이 알고,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겨나 간구의 기도를 드리게 된다.
또한 이 단계에서도 묵상의 결과로 솟아 오른 기도의 내용을 짧은 기도문으로 정리해서, 마음 속으로 품어서, 하루 종일의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기도를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
- 관상 contemplatio
마치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행복(슬픔)에 넘친 대화와 흥분이 가라앉은 후, 단순히 서로 함께 있음으로 충만한 기쁨의 순간을 경험하듯이, 관상도 기도의 단계속에서 자연스럽게, 또는 불현듯 찾아 온다. 관상의 경험은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를 벗어나 순수한 하나님 은총의 선물이다. 거룩한 독서의 과정으로 초대해 주시고, 썩지 않는 영원한 양식을 듬뿍 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며, 그 은혜의 진리의 바다 위에서, 자유롭게 흐름을 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내 마음은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젖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듯이, 내 영혼도 젖뗀 아이와 같습니다.”(시편 131:2)
이러한 관상의 선물을 받기 위해 실제로 기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내적 고요’를 유지하며 그저 기다리는 일 뿐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여전히 이러 저러한 분심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묵상에서 사로잡혔던 짧은 단어나 기도과정에서 형성된 짧은 기도문을 잠시 떠올리며 반복하면 된다. 그러한 단어가 향심기도에서 다시 주의를 하나님께로 돌아가도록 돕는 ‘거룩한 단어’의 역할을 하며, 짧은 기도는 자신의 ‘예수 기도’ 가 되어 그리스도 안에 머물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토마스 키딩 신부는 본인이 개발하고 확산시킨 향심기도(centering prayer)는 거룩한 독서의 관상단계를 현대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실제 영성생활에서는 거룩한 독서와 향심기도를 결합해서 드릴 것을 권장했다. 그래서 이 거룩한 독서의 마지막 과정을 향심기도의 형태로 해서 20분을 고요함 가운데 머물면서 지내기도 한다. 한국교회에 익숙한 방식인 큐티Quiet Time)의 경우는 이 관상의 과정이 없이 실제 일상의 적용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것은 자칫하면 경직된 율법주의나 굳어진 도덕주의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렉시오 디비나의 이 관상의 과정을 통해 성 삼위 하나님과의 풍성한 사랑의 친교에 참여하는 여정을 통해서 우리의 삶과 행위의 진정한 주체가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임을 점점 더 꺠닫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처럼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 이 되어 삶의 무거운 멍에와 짐을 쉽고 가볍게 짋어지게 되는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내가 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의 십자가를 함꼐 감당해 주시는 영적 현실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귀고 2세는 거룩한 독서의 과정을 여러 비유를 들어서 잘 요약해 주고 있다. 팔복을 예를 들면서 “독서는 행복한 삶의 감미로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고, 묵상은 감미로움을 발견하는 것이며, 기도는 그것을 청하는 것이고, 관상은 그것을 맛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독서는 단단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고, 묵상은 그것을 잘게 씹어서 가루로 만드는 것이며, 기도는 그 맛을 보는 것이고, 관상은 기쁨과 새 힘을 주는 감미로움 그 자체입니다”
거룩한 독서의 이 4 단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영향력을 미친다.
“ 묵상 없는 독서는 건조하며, 독서 없는 묵상은 오류에 빠지기 쉽고, 묵상 없는 기도는 미 지근하며, 기도 없는 묵상은 결실이 없습니다.” - 귀고 2세 -
참고도서)
『말씀묵상기도 - 현대인을 위한 렉시오 디비나』 이경용 저, 스텝스톤, 2010.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1, 2』 허성준 저, 분도,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 엔조 비앙키, 이연학 옮김 분도출판사, 2001.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 이연학, 성서와함께, 2006.
『거룩한 독서』, 홍순원, IT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