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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에서 샘솟는 기도]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란 무엇인가_이진권 목사

관리자 2025-02-24 (월) 22:41 1년전 941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란 무엇인가?

  'lectio'라는 라틴말은 원래 ‘가르침’ 혹은 ‘수업’ 이란 뜻이었고, 가르침을 담고 있는 ‘텍스트’란 뜻도 포함되었다. 중세 이전의 라틴어권 저자들에게는 렉시오 디비나는 ‘성경Sacra Scriptura' 과 동의어였다. ’렉시오 디비나‘가 독서행위 자체를 뜻한 것은 추후의 일이고, 부차적인 어의확장의 과정으로 생긴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렉시오 디비나는 특정한 기도의 수행방법이나 성경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그리고 관상의 깊은 경지로 나아가게 하는 특별한 독서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단순히 성경 그 자체였고, 그 성경 말씀을 치열하게, 온전히 살아가는 삶 자체였다. 

  거룩한 독서는 하느님 말씀에 개인과 공동체 삶의 모든 ‘헤게모니’를 넘겨 드리는 태도와 삶인 것이다. 하느님 말씀을 중심으로 신앙과 인생, 교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근본 태도,mind 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느님 말씀 중심의 태도와 세계관으로서의 ‘거룩한 독서’는 자연스럽게 ‘거룩한 삶’을 살아내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거룩한 독서는 이제 하루의 특정시간에만 이루어지는 독서행위를 넘어서서, 하루 온 종일, 삶의 전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영적인 삶, 순례의 여정이 되는 것이다.


거룩한 독서의 여정. 

  거룩한 독서는 기도와 함께 하는 독서요, 말씀으로 기도하는 것이며, 묵상이 낳은 기도이다.

  교회 전통에서는 거룩한 독서를 대략 읽기(lectio), 묵상(meditatio), 기도(oratio), 관상(觀想,contemplatio) 의 네 단계(리듬)로 이해해 왔다. 거룩한 독서의 체험을 이렇게 정리해 준 사람은 중세 카르투시오회 수도승이었던 귀고 2세(~1180)이다. 그는 ‘관상생활에 관해 쓴 편지’(‘수도승’들의 사다리라고도 불리운다)라는 영성소품에서, 거룩한 독서의 경험을 4단계로 묘사하였다. 

  귀고는 “청하시오, 주실 것입니다. 찾으시오, 얻을 것입니다. 두드리시오, 열어주실 것입니다‘(마 7:7)을 염두에 두면서, 거룩한 독서의 과정을 ”독서 안에서 찾으시오, 묵상과 함께 얻을 것입니다. 기도 안에서 두드리시오, 관상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라고 요약한다. 

  여기에 엔조 비앙키는 처음의 권고 “청하시오, 주실 것입니다” 를 “성령을 청하시오, 읽을 능력을 주실 것입니다.” 로 해석하면서, 거룩한 독서의 준비과정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 준비 기도 : 성령을 청하시오, 빛을 받을 것입니다. 

“제 마음의 눈을 열어 주시어 주님을 뜻을 알아 듣고 실천하게 하소서.... 주님의 빛으로 제 눈을 비추어 주소서“ (요한 크리소스트모)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쓰여 진 책이므로, 성령에 의해서 성경 속에 깃든 하나님의 깊은 경륜, 하나님의 생각을 알 수 있다,(고전 2: 10-11). 성경은 영성적 차원 즉 성서 행간에 숨쉬고 있는 영의 차원에서 이루어 질 때 제대로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이럴 때 성경을 지식이나 사변의 대상으로 삼는 지성주의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 거룩한 독서는 성령과 더불어 하는 독서란 의미로서도, 거룩한 독서가 된다. 성령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편견을 모두 다 비워내고, 거룩한 말씀이 찾아오시고,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챙김이 이 준비단계에 필요하다. 


- 읽기 lectio : 

  본문을 통하여 살아계신 주님이 나(우리)에게 직접 말씀하신다는 마음가짐으로, 본문을 주의 깊게 읽는다.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몇 번을 반복해서 읽는다. 

  성서 본문을 있는 그대로 읽어야 한다. 내(우리)가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나(우리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본문에 온전히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서 본문을 채집하는 주관주의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교회력에 따른 그날의 독서나 복음, 또는 성경전체에서 하나의 책을 선정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읽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본문 전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해당본문을 전체 문맥에 놓고 읽기, 본문의 구조를 파악하기, 복음서의 경우 병행구절을 참조하여 병행하기, 이야기 시간과 장소, 등장인물들과 그들 각자에게 해당하는 동사 찾기, 등의 규칙을 염두에 두면서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님, 말씀하십시오. 주님의 종이 듣고 있습니다”(삼상 3:9)


- 묵상(meditatio)

  읽기 단계가 본문이 말하는 것을 주의깊게 듣고 이해하는 과정이라면, 이제 그 말씀이 나(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로 관심과 주의의 초점을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이 과정이 바로 묵상(meditatio)의 단계이다. 본문을 여러 번 주의깊게 읽다 보면, 본문의 다양한 의미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특별히 오늘 나(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주는, 울림을 미묘하게 일으키는, 단어나 문장, 주제 등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 단어나 문장, 주제에 머물러서, 묵상을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다. 

묵상(또는 읽기 단계도 포함)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연상’(聯想작)인데, 하나의 본문 구절이 다른 구절을 떠올리게 되면, 이것을 적극 본문과 연관시켜 묵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해당 본문의 의미가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이것은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한다’는, 고대 히브리인들이 사용해 왔던 ‘미드라쉬’ 독서법이다. 이 방법은 색인 구절들을 이용하는 연구과정이 기반이 될 수 있지만, 묵상 과정에서 성령의 자연스러운 이끄심속에서, 작동되어지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되새김ruminatio이다. 이는 말 그대로 되새김 동물이 틈날 때마다 삼킨 음식을 되새기질하듯이, 마음에 울림과 빛을 주는 본문을 반복하여 곱씹고 되뇌이는 것이다. 이 새김의 과정을 통해 말씀이 가슴으로까지 내려가고, 마음 판에 새겨지게 된다. 귀고 2세는 이를 “독서가 단단한 음식을 가져가는 것이라면 묵상은 그것을 잘게 씹어 가루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되새김 과정은 독서의 시간만이 아니라, 일상으로까지 확장되어, 하루 종일 지속될 수 있는 과정으로도 유용한 측면이 있다. 

이 묵상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성경교재나 주석서, 어휘색인들이 사용될 수 있다. 이 방편들을 사용함으로서, 문자주의나 근본주의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또한 이러한 학문적 성과들을 거룩한 독서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만 절도있게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성경을 단지 하나의 역사적 문서로만 바라보는 지성주의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다. 

“너희가 나의 말에 머물러 있으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들이다. 그리고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 8:31-32)

“한 페이지를 주의깊게 읽으십시오. 그리고 그 의미를 깊이 찾아 들어가시오. 말씀을 급하게 피상적으로 통독하는 데 만족하지 마시오. 오히려 온 이해력을 다하여 말씀을 경청하고, 그 의미를 여러분 안에 보존하시오. 그런 후 읽은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시오. 묵상하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열정으로 불타오를 것입니다. 음식을 잘게 씹어먹는 것이 그 맛을 즐기게 하듯이, 거룩한 말씀을 외우고 되뇌는 것이 지성을 비추어주고 즐거움으로 기름부어 줄 것입니다” - 필라델피아의 테오렙토 -

참고도서.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 엔조 비앙키, 이연학 옮김 분도출판사, 2001.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 이연학, 성서와함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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